전자레인지는 귀찮음 끝판왕인 인간들을 위한 신의 선물이라지만, 아무거나 때려넣고 돌리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내가 직접 겪어봤다. 새벽 2시에 배고파서 계란 하나 돌렸더니, 10초 후 내 주방에서 폭음이 터졌다. 옆집에서 119에 전화 안한게 다행이다 진짜로. 오늘은 그 ‘실수’를 바탕으로, 괜찮은 음식과 절대 넣지 말아야 할 음식들을 비교해보겠다. 당신이 아직 그 혼돈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운이 좋은 거다. 아니면, 곧 겪을 거고.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괜찮은 음식들 (피자, 찐감자, 스프)
솔직히 피자는 전자레인지 돌리는 대표 음식이다. 전날 남은 피자 한 조각, 그냥 접시에 올려서 돌리면 다시 먹을 수 있다. 물론 딱딱하고 축축한 치즈는 좀 그렇지만, 뭐 어때. 그걸 따지는 사람이면 이미 오븐 꺼냈다. 한 가지 팁: 컵에 물 조금 담아서 같이 돌려봐. 치즈가 질척하게 녹지 않고, 조금은 ‘덜’ 질린다. 찐감자는 나름 안전지대다. 감자 자체가 열을 잘 버틴다. 단, 생감자를 넣는 건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껍질 있는 상태로 돌리면, 꽤 자주 “펑” 소리 난다. 내가 학생 시절, 간식 먹겠다고 감자 껍질도 안 까고 돌렸다가 등짝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프나 죽류는 안정적이다. 어차피 물기 많은 음식이라 폭발 위험은 적다. 문제는 중간에 안 저으면, 겉은 화산이고 속은 남극이다. 나, 스프 돌리고 바로 입 대봤다가, 혀 껍질 벗겨졌었다. 웃프다.
전자레인지 금지음식들 (계란, 포장치킨, 생과일)
자, 여긴 진짜 위험존이다. 여긴 실수하면 전자레인지 청소만 한 시간이다. 계란, 절대 넣지 마라. 껍질 채로 넣으면 폭탄이다. 이건 말이 아니라, 진짜 터진다. 내가 해봤다. 새벽에 라면 끓이면서 반숙계란 만들겠다고 껍질째 넣었는데, 한 15초쯤 지났을까, 안에서 '빵!' 소리 났다. 열자마자 흰자와 노른자가 천장에 붙어있더라. 그거 닦느라 30분 걸렸다. 그리고 한 달간 내 전자레인지에 ‘삶은 계란 냄새’ 남아있었음. 역대급 트라우마. 포장치킨은 은박지 때문에 더 위험하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도시락처럼 넣는데, 그 알루미늄이 전자파 튕겨서 스파크 튄다. 번개 치는 거처럼 지지직거리는 거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그걸 보고 겁나서 바로 꺼내다가 손 데였다. 팁 하나 주자면, 치킨 돌릴 땐 포장 빼고 접시에 놓고, 물 한 숟갈 정도 같이 넣는 게 덜 마른다.
전자레인지 조심해야 할 음식들 (치킨, 국물류, 김밥)
이건 ‘되긴 되지만 까딱하면 망함’ 리스트다. 치킨, 위에서도 말했지만 돌리면 고기에서 기름 쪽 빠지고, 바삭함은 실종. 전자레인지로 돌린 치킨 먹어본 적 있지? 젖은 행주 씹는 기분이다. 한 번은 회식 다음 날 남은 치킨 돌렸는데, 그날 점심 굶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 국물류는 잘못하면 화산이 된다. 국이 보글보글 넘치면서 용암처럼 흐른다. 뚜껑 안 덮으면 마이크로파 지옥체험 가능하다. 된장국 같은 거 돌렸다가 하루 종일 미세한 냄새 베어 있어서 결국 새 그릇 샀다. 김밥은 왜 돌리는지 모르겠다. 안에 든 단무지, 햄, 계란 다 따로 놀고, 심지어 밥이 이상하게 눅눅해지면서 김은 눌어붙는다. 도전정신 강한 사람들은 시도하겠지만, 3번 안에 대부분 포기하더라. 나처럼.
전자레인지는 인간의 귀차니즘을 해결해주는 도구인 건 맞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조용히 숨어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음식은 사라지고 폭발 흔적만 남는다. 진심이다. 그리고 진짜 웃긴 건, 터지고 나서 ‘아, 이거 넣으면 안 된다고 했었지’라는 깨달음이 오지만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