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소다랑 구연산.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특히 ‘천연 청소’에 관심 좀 있는 척하는 블로그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문제는, 진짜 효과가 있느냐는 거다. 우리가 원하는 건 포장지 위 친환경 이미지가 아니라 ‘기름때가 진짜 사라지냐’는 현실이다. 이제 실험해보자. 말 많고 탈 많은 이 두 녀석, 정말 일할 줄 아는지.
기름때 제거 : 베이킹소다는 진짜인가 뻥인가
먼저 실험 1. 가장 흔한 문제인 프라이팬 기름때 제거. 하루 전에 사용하고 닦지 않은 프라이팬에 베이킹소다를 듬뿍 뿌린다. 물도 조금 넣고 10분 정도 방치한 뒤 수세미로 문질러본다. 결과는? 꽤 괜찮다. 특히 탄 자국은 아니고 기름이 눌어붙은 정도라면, 베이킹소다가 기름을 흡착하고 중화하면서 쉽게 떨어진다.
다만 맹신은 금물이다. 기름이 ‘바삭’하게 눌어붙은 경우에는 이 친구로는 역부족이다. 그럴 땐 식초랑 같이 쓰는 게 그나마 효과가 있지만, 결국 어느 정도 힘은 줘야 한다. ‘베이킹소다 하나면 세상 모든 기름을 다 잡는다’는 식의 인터넷 정보는 과장 그 자체다. 게다가 이걸 자주 쓰면 싱크대 배수관이 막힌다는 말도 있다. 과유불급, 이 말 또 나온다.
물때 제거 : 구연산의 진짜 능력치는 어느 정도?
실험 2. 욕실 수도꼭지에 생긴 물때와 하얀 석회 자국 제거. 구연산 가루를 물에 타서 스프레이로 뿌리고 15분 방치 후 천으로 닦아본다.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광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석회 찌든 때는 눈에 띄게 사라진다. 여기에 구연산은 냄새도 안 나고, 손에 자극도 거의 없다. 웬만한 락스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하지만 이것도 단점은 있다. 구연산은 산성이기 때문에 금속 표면을 장시간 닿게 하면 부식이 올 수 있다. 그리고 세정 효과가 강한 건 아니다. 단단한 곰팡이나 오래된 찌든 때에는 그냥 웃고 넘긴다. 그러니까 기대치 조절이 필요하다. ‘자연세제’라고 다 만능은 아니니까. 그리고 어지간한 때는 결국 손이 움직여야 한다. 구연산은 마법사가 아니다.
실제 사용비와 효율 : 마트 세제와 비교해보니
마지막 실험은 현실성이다. 천연세제 찬양하는 글은 많지만, 진짜 쓸만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마트에서 파는 일반 주방세제(500ml)는 평균 3천 원, 베이킹소다 1kg은 2천 원대, 구연산도 비슷하다. 겉보기엔 천연세제가 싸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쓴다. 베이킹소다 한 번 썼더니 반이나 날아가고, 구연산도 뿌리다 보면 금방 사라진다.
게다가 이 둘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조제(?) 과정이 필요하다. 물에 타고, 뿌리고, 닦고, 그냥 뚜껑 열고 짜는 세제랑은 비교가 안 된다. 그러니까 ‘편리함’ 기준에서는 마트 세제가 압승이다. 다만 성분 걱정 없는 ‘마음의 평화’를 사고 싶다면, 천연세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게으른 사람한텐 절대 추천 안 한다. 청소도 귀찮은데, 조제까지 할 거면 그냥 포기해라.
베이킹소다, 구연산. 효과 있다. 다만 ‘적당히’ 있다. 기름, 물때, 석회까지 어느 정도는 잡지만,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마트 세제가 무조건 낫다는 것도 아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당신의 청소 스타일과 성격에 맞춰 선택하라.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무리 좋은 세제도 손 안 움직이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거다.